서론
다사다난했던 2024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한국 영화는 무엇인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파묘>의 서늘한 기운이나, <범죄도시4>의 통쾌한 액션을 떠올리실 겁니다. 한 해의 스크린을 되돌아보는 것은 현재 우리의 관심사와 사회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2024년 한국 영화계를 사로잡은 영화 스타일 분석을 통해 지난해의 주요 트렌드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짚어보겠습니다.
1. ‘파묘’가 연 K-오컬트의 시대, 미스터리의 진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공포 영화를 잘 못 봅니다. 그런데도 2024년 상반기, 제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파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결국 저도 극장으로 향했죠.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건 단순히 무서운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요. <파묘>의 진짜 힘은 서양의 엑소시즘이 아닌,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묫자리’와 ‘풍수지리’, 그리고 ‘무당’이라는 소재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어쩐지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될 것 같은 그 미지의 영역을 건드린 겁니다. 특히 영화가 일제강점기라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맞닿는 순간, 이 영화는 단순한 오컬트를 넘어 민족의 한을 풀어내는 ‘역사적 엑소시즘’으로 확장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저만 느낀 감정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마치 나라의 아픈 역사를 함께 파내고 정화한 듯한 묘한 카타르시스를 말이죠. 여기에 각 분야의 전문가 4인방이 보여준 프로페셔널한 팀플레이는 또 어떻고요. 겁에 질려 도망치기 바빴던 기존 공포 영화의 인물들과 달리, 이들은 자신의 ‘밥벌이’ 기술로 문제에 맞섭니다. 바로 이 지점이 관객에게 엄청난 신뢰와 장르적 쾌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K-오컬트'는 2024년 가장 중요한 스타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습니다.
2. 믿고 보는 세계관의 힘, 프랜차이즈 영화의 독주
가끔은 머리 아프게 고민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냥 2시간 동안 마음 편히 웃고,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싶을 때 말이죠. 2024년의 <범죄도시4>는 바로 그런 관객들의 마음에 가장 확실한 답을 준 영화였습니다. 마석도라는 캐릭터는 이제 한국 영화계의 '안전 자산'이자, 믿고 먹는 '맛집'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셈입니다. 관객들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나쁜 놈들을 혼내줄지 이미 다 알면서도, 그 예측 가능한 통쾌함을 느끼기 위해 기꺼이 극장을 찾았습니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이는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선택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얻는 모험보다는, 이미 수많은 팬을 확보한 세계관(IP)을 확장하는 것이 훨씬 위험 부담이 적으니까요. 물론 이런 현상이 조금 아쉬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또 범죄도시야?' 하는 생각과 함께, 한국 영화의 이야기가 너무 한쪽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말이죠. 실제로 프랜차이즈 영화의 강세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나리오가 투자를 받기 더욱 어려워지는 환경을 만들기도 합니다. 안정적인 재미와 새로운 도전, 그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이는 2024년 한국 영화계가 남긴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사라진 허리,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의 양극화
2024년 영화계의 화려한 흥행 성적표 뒤에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구석도 보입니다. 한국 영화계가 마치 거대한 덤벨처럼, 양쪽 끝은 묵직한데 가운데는 텅 비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영화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허리가 사라졌다’고 표현합니다. 여기서 ‘허리’란, 제작비 50억에서 100억 원 사이의 중간 규모 영화들을 뜻합니다. 과거 <추격자>, <내부자들>처럼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책임졌던 바로 그 영화들이죠. 하지만 2024년, 관객들의 선택은 극단으로 나뉘었습니다. 아예 <파묘>처럼 압도적인 볼거리를 제공하는 블록버스터를 보거나, 혹은 <성공한 덕후>처럼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저예산 독립영화를 찾아보는 식이었습니다. 어중간한 규모와 애매한 장르의 영화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재능 있는 신인 감독들이 자신의 첫 상업 영화를 만들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허리'급 영화들이 신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등용문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2024년은 블록버스터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 이러한 산업적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진 한 해였습니다.
결론
지금까지 2024년 한국 영화계를 사로잡은 영화 스타일 분석을 통해 K-오컬트의 신드롬, 프랜차이즈의 독주, 그리고 심화되는 양극화라는 세 가지 주요 흐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현재 한국의 대중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영화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과연 2025년에는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지, 혹은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가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크린을 주목해 봅니다.